종이 위에서 움직이기 Moving on Paper, 2021
울산 북구예술창작소 입주작가 결과보고전시, 소금나루2014 작은미술관, 울산

2021년 2월에 울산 북구예술창작소에 입주한 후 근처의 ‘아산로’를 걷고 그 경험을 드로잉으로 기록했다. 아산로는 북구 명촌동과 염포동을 연결하는 4.5km의 왕복6차선 도로이다. 태화강 쪽 인도를 걸으며 현대자동차 공장과 태화강, 태화강 너머의 풍경을 바라본다. 새로운 곳에 발길이 닿으면 펼치지 않은 상상이 시작된다. 아산로의 자동차선적장에 정박한 선박이 고유의 이름을 지니고 매일 변하는 모습을 보며 각각의 성격을 가진 배들의 이동 항로를 떠올린다.

아산로에 정박한 배들의 이름은 낙관적이고 거창한 의미를 띠는 형용사와 명사의 조합, 여성형 이름이 대부분이었다. 여러 선박들 중에서, 이러한 선박 명칭의 예시가 될 수 있을 ‘GRAND PACE', 'GRAND MARK', 'MORNING CINDY', 'GLOVIS COURAGE'의 이름에 주목했다. 이 선박들을 본 날짜부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시 <종이 위에서 움직이기Moving on Paper> 를 개최한 10월 초까지 누적된 이들의 항로를 검색한 후, 1:16.0934km 축척의 길이를 A4 규격의 종이에 연필선으로 따라 긋고 연결했다. 또한 한 선박 당 A4 종이 150-60 장에 담긴 선을 종이로 만든 구 형태에 축약했다. 전시 공간이 하나의 세계가 되고, 동시에 작은 구가 각각의 세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지도 만들기는 선택적인 이동의 궤적만을 담는다.

전시장에 연결한 선박의 항로 드로잉 바깥, 즉 전시 공간의 벽과 천장, 바닥은 선박이 다니는 태평양이 될 수도, 인도양 또는 대서양이거나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이 될 수 있다. <종이 위에서 움직이기Moving on Paper> 는 종이라는 공간에 기록한 움직임의 궤적을 전시 공간에 펼쳐 놓는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