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SNS 뉴스 계정을 확인하며 위태로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손끝으로 넘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지
자문한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사고와 재난을 담은 보도 사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타인을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도가 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시간이 드로잉으로 형상화 될
수 있는지 모색했다. 2018년 동안 제작한 <임시대기> 연작은 지나칠 수 없는 보도 사진을 보고 그리고 지우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 드로잉의 흔적이다. 나는 무고하지 않으며 타인의 고통에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세로 보도사진을 응시하며 그리고 지우고 그리기를
되풀이했다. 연필선으로 화면을 채움으로써 담보할 수 있는 완성도를 지양하고, 드로잉의 궤적만 남기기 위해 지우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방식이
화면을 은폐하며 종결을 향하지 않고 그리는 과정, 보도 사진을 바라보는 경험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encil on paper, 28 × 38 cm, 2018. 06
pencil on paper, 28 × 38 cm, 2018. 07
water-soluble pencil on paper, 28 × 38 cm, 2018.10